공직 그만두는 고시 출신 젊은 공무원들 숫자 점점 늘어, 이유가 뭘까?
공직생활을 한 지 10년 채 되지 않은
고시 출신 젊은 사무관·외교관이
공직을 떠나는 비율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가문의 영광이라는 고시 합격의 기쁨을 누리고,
찬란한 미래를 꿈꾸며 공직에 발을 디뎠는데
자신이 생각했던 공직과 실제의 괴리가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행시와 외시 합격으로
5급에 임용된 뒤 10년 안에 면직한
공무원은 지난해 15명이었습니다.
지난해 퇴직자는 2020년 임용된
5급 공무원 370명의 4%로 그 비율이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문제는 퇴직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6년 3명→2017년 4명→2019년 9명→2020년 15명)
또한 주목할 점은 1년차 퇴직자가 가장 많다는 것입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퇴직한
총 40명 중에는 외교부 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았고,
기획재정부가 6명, 과기부 5명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재직 기간을 살펴보면 임용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퇴직한 사례가 가장 많았습니다.
퇴직자의 1/4 이상(12명)이 공직을 떠났고,
4년을 채우지 못하고 관둔 이가 25명으로,
전체의 62.5%를 차지했습니다.
공직을 떠난 젊은 사무관, 외교관들은
자신의 공무 머리를 살려
로스쿨·약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거나
변리사, 회계사 등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가 상당수며,
법조계, 바이오회사, 금융투자회사, 학원 등
다양한 영역에서
공직에서 펼칠 수 없던 역량을 펼치고 있습니다.
젊은 고시 출신 공직자들이 떠나는 이유가 뭘까?
첫번째, 형식에 매몰된 업무행태와 그로인한 피로감입니다.
그래서 직업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5급 초임 공무원들은, 쉬는 날을 손에 꼽을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많아 매일 같이 야근을 해야 하고,
주말도 출근을 해야 업무를 마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렇게 노력해서 만든 정책이 정치논리에
따라 쉽게 엎어지고 바뀌어 허탈감과
회의감이 굉장히 크다고 합니다.
한 중앙부처 사무관은
"반영되지 않을 정책을 왜 밤새워 준비하나..."라며
업무의 성취감과 만족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형식에 매몰된 조직문화도
큰 스트레스였다고 비판했습니다.
"콘텐츠가 바뀌는 것도 아닌데 단지
보기 좋은 보고서로 고치기 위한 야근이 빈번했다."
라고 말했습니다.
두번째, 업무에서 전문성을 쌓기 어렵다는 판단입니다.
정책 수립, 연구개발(R&D) 지원 업무를 맡았던
한 사무관의 예를 들면,
그의 과에서 무려 20여 개의 정책사업을
담당했습니다.
각기 다른 20여 개 사업에 대한 해외 연구 동향,
기술 개발 과정 등을 정확히 파악해
주어진 예산을 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죠.
그는 "내가 잘 모르는 일을 아는 것처럼 말해야
할 때 드는 회의가 심했다"
"이러다간 영원히 전문성을 쌓지 못하고
얄팍하게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고 말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그는 "사무관을 하는 동안 얻은 전문성은
한글 프로그램 다루는 법이 전부"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산업의 주도권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완전히 넘어간 영향도 컸습니다.
그는 “다루는 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하는데
기한에 쫓겨 예산안 짜느라 바빠
이해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라며 깊은 회의감을 드러냈습니다.
세번째, 업무강도에 비해 받는 월급은 매우 적다는 것입니다.
또한 공무원의 혜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초임 사무관의 연봉은 세전 5천만원 정도인데,
업무강도에 비해 매우 적은 수준이고,
대기업, 전문직과 비교했을 때도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또한 더 이상 누리지 못하게 되는 공무원 혜택도 많습니다.
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에게 돌아가던
주택 특별공급은 2019년으로 끝났고,
공무원연금 개편으로
신임 사무관이 받을 퇴직연금은
과장급의 반토막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즉, 가문의 영광을 꿈꾸며 합격한 공직에서
보람도, 일과 삶의 균형도 챙기기 힘든 마당에
공직에 미련을 둘 이유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공직에서 자리를 잡고 본인의 역량을 최대한
펼치려면 최소한 10년은 일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그만두는 것은 국가적 낭비겠죠?
이제 공무원도 영미권처럼 직업공무원제를
탈피하고, 성과급제로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한 주먹구구식으로 해오던 업무배분도
체계적으로 하여, 업무 강도를 줄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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